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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중의 아이가 기뻐서 뛰놀았습니다. (눅 1:44) 군중은 잠들기도 하고 깨어나기도 한다. 군중이 잠들 때와 깨어날 때 벌어지는 현실은 아주 다르다. 잠들 때는 무의식과 욕망의 지배를 받는다. 이기주의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소아(小兒)의 노예가 된다. 비판적 사고가 마비되기 때문에 억압적인 권력과 불의한 질서에 순응한다. 사회 현실에 대한 무관심이 역병처럼 퍼진다. 이러한 무관심을 이용해 권력층이나 지배계층은 불의한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한다. 불의와 부패가 만연하며,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된다. 의지는 맹목적 충동으로 타락하며,…
도끼를 이미 나무뿌리에 갖다 놓으셨다. (눅 3:9) 도성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습 3:14) “도끼를 이미 나무뿌리에 갖다 놓으셨다.” 요한이 세례 받으러 나오는 무리를 향해 한 말이다. 도끼에서 풍기는 살벌한 이미지는 긴급한 심판을 상징한다. 그런데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여 있다. 나뭇가지가 아니라 뿌리부터 찍어버린다는 것이니 심판이 그만큼 근본적이고 철저하다는 뜻이리라.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다면, 슬퍼해야 할까, 기뻐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슬퍼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기뻐할 것이다. …
“슬기로운 지도자를 보내주겠다” (사 1:26) “생명은 따뜻하다.” (한강)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눅 1:51)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습니다. 열어 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습니다. 표지에 〈시집〉이라고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한 것은 그 포개어진 일기장들 사이에서였습니다. 갱지 다섯 장을 절반으로 접고, 스테이플러로 중철한 조그만 책자. 책자의 뒤쪽 표지에는 1979라는 연도와 내 이름, 내지에는 여덟 편의 시들이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