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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8월 셋째 주 영성편지 -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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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샬렘 댓글 0건 조회 604회 작성일 20-08-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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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한 때 기도를 나의 계획과 관심과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하느님을 움직이는 주술처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하실 수 있으면’ 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하신 성경 말씀은 기도에 대한 나의 그 같은 믿음과 신념을 보증해 주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다른 한구석에는 좌절된 기도의 경험들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의심과 반문이 늘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후에야 기도란 나의 계획과 관심과 욕구의 충족을 위하여 하느님을 움직이고 조정하는 주술이 아니라 내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고 복종하기 위하여 자신을 비우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비운 그 공간에서 하느님께서는 믿는 사람을 위하여 무엇이든 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기도의 응답이 내가 바라는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뜻을 깨닫고, 그 뜻에 내가 순종함으로써 이루지는 것임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늘 믿음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좋은 것을 우리에게 주시기 원하신다는 믿음, 하느님께서는 우리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더 잘 알고 계시다는 믿음, 하느님께서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깊고 크게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에 대한 믿음. 기도를 통하여 내 마음 안에 그 같은 믿음이 자라나고, 그 같은 믿음의 기초 위에서 드려지는 기도 속에서 하느님께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생각하면 수많은 기도 제목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가운데서도 내 안에 깊이 잠재되어 내 마음과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짓 자기와의 싸움은 죽는 날까지 안고 가야 하는 기도 제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풀 수 없는 그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김홍일 신부(성공희 희년교회) - 이 글은  2002년 6월 포천 나눔의 집 사역당시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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