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삶) 코로나 시대에 생각하는 온라인과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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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샬렘 댓글 0건 조회 884회 작성일 23-03-22 21:55본문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배와 성찬은 지금껏 우리가 까마득히 잊고 있던 사실, 그동안 우리가 드렸던 예배를 어떤 이들은 얼마나 멀게 느꼈는지, 함께 할 수 없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친구는 제게 너무나 오랜 기간 교회는 병을 앓고 있든, 장애가 있든 어떤 이유든 수많은 이들이 교회에 직접 나올 수 없는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가끔 성직자가 그들을 방문하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코로나 위기를 맞이하고 나서야 교회가 이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인 일인지도 모른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들을 그저 잠깐 하는 일로 여기거나 여건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시적인 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기회, 새로운 출발로 보아야 합니다.
- 로완 윌리엄스, 어둠 속의 촛불들 中에서 -
지난 해 이른 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이 시작되던 시점,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언택트(Untact) 시대를 이렇게 오랜 동안 지내게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백신계발과 접종이 시작되면서 머지않아 이전의 상황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이제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재확산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우리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낯선 상황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무엇보다 교회가 신자들을 향해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모이지 말라고 이야기하게 된 상황이 무엇보다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기나 긴 비대면 상황을 지내면서 교회가 경험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큰 변화는 늘 예배를 드리던 교회공간에서 더 이상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신자들이 함께 같은 장소(place)에 모여서 예배드리는 것에 제한을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디지털 기술에 의한 온라인 예배가 대부분의 교회에 수용되면서, 많은 신자들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가상공간(virtual space)에서의 예배를 경험하며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교회와 신자들이 주일 예배를 ZOOM과 같은 온라인을 통해 드리는 일이 자연스러운 경험이 되었고, 일부 교단에서는 ‘온라인 교회’를 설립하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코로나 상황 훨씬 이전부터 광범위한 인터넷의 보급으로,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로 생겨난 다양한 온라인 공동체들을 경험하며 살아 온 것이 사실입니다. 어디서든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접속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 앞에서 교회는 코로나 상황 이전부터 어떻게 온라인 공간을 영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여 왔고, 새로운 시도들을 다양하게 실천하고 있었으며, 필요한 신학적 논의도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지구촌 전체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그같은 움직임들을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급속하게 확장시켰고, 긴 코로나 상황을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한 만남과 소통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코로나 상황이 해결된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되고,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서 노인세대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온라인 소통을 하고, 쇼핑을 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20년 전쯤에 필자는 알고 지내던 한 아일랜드 신부님을 통해 아일랜드 예수회에서 만든 매일 말씀묵상 사이트 'Pray as you go'를 소개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사이트는 성서정과에 따라 복음을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기도 사이트였습니다. 기도할 시간을 내기 어렵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출근길을 걸으면서, 혹은 대중교통이나 운전을 하는 차 안에서, 짧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계발된 사이트였습니다. 처음에는 적은 인원의 참여로 시작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참여인원이 기도에 참여하면서 급속하게 확대되었고, 이 운동을 지지하는 후원자들에 의해 나날이 사이트의 내용이 풍부해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그같은 온라인 기도 사이트를 모델로 하여 몇 몇 수도회나 영성공동체에서 온라인 기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역을 하고 있는 샬렘영성훈련원에서는 매년 1월에 두 주간과 한 주간 침묵기도 피정을 진행하여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온라인 피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집에서 방해받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참여하기도 하였고, 어떤 사람은 피정을 위해 조용한 팬션이나 피정 집으로 가서 온라인으로 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샬렘에서 진행하던 대부분의 영성훈련 프로그램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면 모임에 비하면 온라인 공간이 갖는 한계와 아쉬움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거리가 멀어서 샬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각 지방에서는 물론이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미국에서 신청하여 참여하는 분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공회 영성센터에서도 오래 전부터 다음 까페(Daum Caffee)에서 매월 발행하는 '생활과 묵상'을 기반으로 매일묵상 팟캐스트를 운영해 오고 있고, 지난 사순절에는 영성센터가 주관하는 ‘침묵기도학교’를 오전과 저녁 8주간에 걸쳐 온라인으로 진행하였고, ‘노년을 위한 피정’ 프로그램도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을 세속적으로 보는 시각과 순수한 복음전파와 종교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을 유해한 사이트나 게임 등 값싸고 부적절한 부작용들과 연결시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을 거룩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의혹과 우려를 나타냅니다. 그런가하면 어떤 분들은 아직 온라인 공간이 낯설고 어색하거나, 불편해 하며 익숙한 대면모임이 가능한 상황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이제 언제 어디에나 계신 하느님을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에서도 만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교회는 더 이상 그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은 저 산에서 하느님께 예배 드렸는데 선생님네들은 예배드릴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합니다."(요한 4:20)라고 말하는 사마리아 여인을 향해 "내 말을 믿어라. 사람들이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에 '이 산이다.' 또는 '예루살렘이다.' 하고 굳이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이다...하느님은 영적인 분이시다. 그러므로 예배하는 사람들은 영적으로 참되게 하느님께 예배 드려야 한다."(요한 4:21, 23)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이제 교회는 또 다른 차원에서 묵상하고 되새기며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의 말처럼 이제 교회는 이같은 현상을 ‘일시적인 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며, ‘새로운 기회, 새로운 출발’로 보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 상황을 지내면서 이미 여러 교회에서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혹은 성직자들에 의해 주중 온라인 기도모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가하면 같은 지역에 있는 교회들이 함께 다양한 시도들을 진행하기도 하고, 대면으로 영적지도를 해 오던 여러 영적지도자들은 이제 영적지도를 ZOOM을 사용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 주변에는 매일 아침 기도를 묵상 앱으로 드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집에서 기도하는 사람도 있고,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 이어폰을 끼고 출퇴근 시간에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신자들은 여유 있게 집에서 출발하여 출근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기도하거나, 혹은 출근 시간 20-30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하여 노트북으로 기도 사이트를 켜놓고 기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온라인을 통해 기도하는 시간 동안 그곳이 어디든, 전철 안이든, 거리와 사무실이든, 우리의 기도가 드려지는 순간 그곳들은 모두 거룩한 하느님 임재의 공간으로 변합니다. 마치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 베델로 향하던 중에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자는 동안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땅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꿈을 꾸고 일어나 "참말 야훼께서 여기 계셨는데도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창세 28:16)라고 고백하였던 것처럼 이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영이신 하느님께서는 성전만이 아니라 세상 어느 곳에서나 우리를 만나 주신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하느님과 우리의 ‘참 만남’을 갈망한다면. 하느님께 전심으로 마음을 여는 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향한 진솔함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지리적인 거리와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도시지역 교회들의 대부분은 기존의 관할구역이라는 사목적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이제 공동체는 지역을 넘어서 다양한 경로와 방식을 통해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을 통한 만남과 공동체 형성이라는 환경의 변화는 코로나로 인한 가속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환경의 변화는 교회로 하여금 새로운 선교적 상상력과 만남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하여 ‘영적으로 참되게 예배한다.’는 말씀의 의미에 대하여 더 깊이 묵상하고 성찰하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 김홍일 (기도하는 삶)
- 로완 윌리엄스, 어둠 속의 촛불들 中에서 -
지난 해 이른 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이 시작되던 시점,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언택트(Untact) 시대를 이렇게 오랜 동안 지내게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백신계발과 접종이 시작되면서 머지않아 이전의 상황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이제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재확산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우리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낯선 상황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무엇보다 교회가 신자들을 향해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모이지 말라고 이야기하게 된 상황이 무엇보다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기나 긴 비대면 상황을 지내면서 교회가 경험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큰 변화는 늘 예배를 드리던 교회공간에서 더 이상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신자들이 함께 같은 장소(place)에 모여서 예배드리는 것에 제한을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디지털 기술에 의한 온라인 예배가 대부분의 교회에 수용되면서, 많은 신자들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가상공간(virtual space)에서의 예배를 경험하며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교회와 신자들이 주일 예배를 ZOOM과 같은 온라인을 통해 드리는 일이 자연스러운 경험이 되었고, 일부 교단에서는 ‘온라인 교회’를 설립하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코로나 상황 훨씬 이전부터 광범위한 인터넷의 보급으로,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로 생겨난 다양한 온라인 공동체들을 경험하며 살아 온 것이 사실입니다. 어디서든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접속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 앞에서 교회는 코로나 상황 이전부터 어떻게 온라인 공간을 영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여 왔고, 새로운 시도들을 다양하게 실천하고 있었으며, 필요한 신학적 논의도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지구촌 전체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그같은 움직임들을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급속하게 확장시켰고, 긴 코로나 상황을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한 만남과 소통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코로나 상황이 해결된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되고,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서 노인세대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온라인 소통을 하고, 쇼핑을 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20년 전쯤에 필자는 알고 지내던 한 아일랜드 신부님을 통해 아일랜드 예수회에서 만든 매일 말씀묵상 사이트 'Pray as you go'를 소개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사이트는 성서정과에 따라 복음을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기도 사이트였습니다. 기도할 시간을 내기 어렵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출근길을 걸으면서, 혹은 대중교통이나 운전을 하는 차 안에서, 짧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계발된 사이트였습니다. 처음에는 적은 인원의 참여로 시작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참여인원이 기도에 참여하면서 급속하게 확대되었고, 이 운동을 지지하는 후원자들에 의해 나날이 사이트의 내용이 풍부해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그같은 온라인 기도 사이트를 모델로 하여 몇 몇 수도회나 영성공동체에서 온라인 기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역을 하고 있는 샬렘영성훈련원에서는 매년 1월에 두 주간과 한 주간 침묵기도 피정을 진행하여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온라인 피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집에서 방해받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참여하기도 하였고, 어떤 사람은 피정을 위해 조용한 팬션이나 피정 집으로 가서 온라인으로 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샬렘에서 진행하던 대부분의 영성훈련 프로그램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면 모임에 비하면 온라인 공간이 갖는 한계와 아쉬움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거리가 멀어서 샬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각 지방에서는 물론이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미국에서 신청하여 참여하는 분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공회 영성센터에서도 오래 전부터 다음 까페(Daum Caffee)에서 매월 발행하는 '생활과 묵상'을 기반으로 매일묵상 팟캐스트를 운영해 오고 있고, 지난 사순절에는 영성센터가 주관하는 ‘침묵기도학교’를 오전과 저녁 8주간에 걸쳐 온라인으로 진행하였고, ‘노년을 위한 피정’ 프로그램도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을 세속적으로 보는 시각과 순수한 복음전파와 종교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을 유해한 사이트나 게임 등 값싸고 부적절한 부작용들과 연결시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을 거룩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의혹과 우려를 나타냅니다. 그런가하면 어떤 분들은 아직 온라인 공간이 낯설고 어색하거나, 불편해 하며 익숙한 대면모임이 가능한 상황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이제 언제 어디에나 계신 하느님을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에서도 만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교회는 더 이상 그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은 저 산에서 하느님께 예배 드렸는데 선생님네들은 예배드릴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합니다."(요한 4:20)라고 말하는 사마리아 여인을 향해 "내 말을 믿어라. 사람들이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에 '이 산이다.' 또는 '예루살렘이다.' 하고 굳이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이다...하느님은 영적인 분이시다. 그러므로 예배하는 사람들은 영적으로 참되게 하느님께 예배 드려야 한다."(요한 4:21, 23)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이제 교회는 또 다른 차원에서 묵상하고 되새기며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의 말처럼 이제 교회는 이같은 현상을 ‘일시적인 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며, ‘새로운 기회, 새로운 출발’로 보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 상황을 지내면서 이미 여러 교회에서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혹은 성직자들에 의해 주중 온라인 기도모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가하면 같은 지역에 있는 교회들이 함께 다양한 시도들을 진행하기도 하고, 대면으로 영적지도를 해 오던 여러 영적지도자들은 이제 영적지도를 ZOOM을 사용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 주변에는 매일 아침 기도를 묵상 앱으로 드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집에서 기도하는 사람도 있고,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 이어폰을 끼고 출퇴근 시간에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신자들은 여유 있게 집에서 출발하여 출근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기도하거나, 혹은 출근 시간 20-30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하여 노트북으로 기도 사이트를 켜놓고 기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온라인을 통해 기도하는 시간 동안 그곳이 어디든, 전철 안이든, 거리와 사무실이든, 우리의 기도가 드려지는 순간 그곳들은 모두 거룩한 하느님 임재의 공간으로 변합니다. 마치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 베델로 향하던 중에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자는 동안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땅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꿈을 꾸고 일어나 "참말 야훼께서 여기 계셨는데도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창세 28:16)라고 고백하였던 것처럼 이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영이신 하느님께서는 성전만이 아니라 세상 어느 곳에서나 우리를 만나 주신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하느님과 우리의 ‘참 만남’을 갈망한다면. 하느님께 전심으로 마음을 여는 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향한 진솔함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지리적인 거리와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도시지역 교회들의 대부분은 기존의 관할구역이라는 사목적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이제 공동체는 지역을 넘어서 다양한 경로와 방식을 통해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을 통한 만남과 공동체 형성이라는 환경의 변화는 코로나로 인한 가속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환경의 변화는 교회로 하여금 새로운 선교적 상상력과 만남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하여 ‘영적으로 참되게 예배한다.’는 말씀의 의미에 대하여 더 깊이 묵상하고 성찰하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 김홍일 (기도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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